<h1><?= gt_get_post_view(); ?> ></h1>

[로컬 탐방기] 3.온누리국악예술단

0

국악은 모두 함께 만들어내는 운율, 온누리 국악예술단

가을의 청도는 온통 주홍빛이다. 알록달록 물든 단풍과, 가지마다 잘 여문 감이 주렁주렁 달려 시선에 닿는 모든 풍경이 가을을 알린다. 온누리 국악예술단은 청도 화양읍 유등리에 폐교가 된 유등 초등학교를 단장해 터를 잡은 국악 예술 단체다. 청도의 국악하는 청년들이 모여서 공연도 하고 아이들도 가르친다.

성은 모두 다르지만 우린 가족이에요

95년 3월 창단할 당시 구성원은 재혼가정의 삼 남매와 같은 학교 친구들 몇 명이 더 참가해 7명이었다. 재혼가정 아이들, 엄마 혼자 삼 남매를 키우는 집, 할아버지 할머니하고만 사는 아이 등 취약계층 가정 아이들이 함께 사물놀이를 배우고 연주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95년 창단해 96년 첫 정기연주회를 가지고, 97년 교육부장관상을 비롯해 98년 제 24회 전국 난계 국악 경연 대회에서 우수상 수상, 99년 제43회 창원 전국 국악대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전국 대회의 상을 휩쓸었다.

청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국악의 고장 남도에서 경상도 아이들이 상을 휩쓸고 다니니 매스컴에서도 집중했다. 한 반에 인원이 14명인 폐교 직전의 학교에서 학교의 학생 8명이 대회에 참가하니 전라도 대회 때는 전교생이 버스를 타고 다같이 응원을 가기도 했다.

온누리 국악예술단 단원들은 타악기를 기본으로 하나씩 배우고, 전통무용, 노래까지 ‘악가무’를 모두 배운다. 모두 어느 정도 조금씩, 정도가 아니라 대회에 나가면 1등을 할 정도로 전문적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게 당시 단장님의 교육 철학이었다.

사물놀이는 김덕수 선생님께, 아쟁은 시립국악단 선생님들에게 배웠다. 그렇게 단원들은 피리, 판소리, 아쟁, 가야금, 대금, 해금 등 자기 악기를 하나씩 전문적으로 다룬다. 차츰 단원이 늘어 서른 명 가까운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국악을 배웠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다 같이 살면서 마을 어른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으면서 자랐어요. 우리는 피는 다르지만 모두 가족이에요.”

현재 온누리 국악예술단 구승희 단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단장님이라 부르며 악기를 배우는 게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자란 친구들 덕분에 따뜻한 시간들이었다고 말한다.

사물놀이는 혼자 하는게 아니라 넷이 하나 되어 하는 음악이니까요

국악을 배운 단원들이 성장해 각자 대학으로, 타지로 흩어지며 주춤했다가 2012년 우리 고향에서 무언가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뭉쳤다. 유등 초등학교를 새롭게 단장해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 국악체험 교실, 연습실 등을 만들었다.

“각자 대학도 다니고, 타지에서 일을 하다가 다시 고향에 모였어요. 처음에 왔을 때는 우리끼리 뭐라도 해보자 해서 상설공연을 준비했어요. 한 4년 정도 우리끼리 무조건 매주 토요일은 모여서 연습하고 공연을 했죠.”

<천년의 소리>는 온누리 국악예술단의 타악 창작 작품으로 가장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정해진 장단이 아닌 즉흥 연주와 흥이 가득 오른 에너지를 발산하는 곡이라 신명나고, 관객도 희열을 느낀다. 해외 공연에서도 가장 반응이 좋은 천년의 소리는 유사한 공연이 생겨날 만큼 인기가 많다.

우리가 받은 사랑을 국악으로 돌려드릴거예요

온누리 국악예술단에선 아니라 아이들과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국악 수업도 한다. 여성회관이나 문화센터로 출강해 강의하기도 하고, 온누리 국악예술단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까지 어르신 회원이 백여 분 정도 된다.

“국악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국악 대안학교가 되고 싶어요. 국악을 배움으로써 저도 듣는 사람도 힐링을 받고, 저희가 받은 사랑을 후배들과 이웃에게 나누고 싶어요. 함께 자라온 단원들이 각자 자리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온누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계속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2020년 2월부터 17명의 아이들이 국악을 배우고 있다. 6살부터 5학년 정도의 어린아이들이 악기도 하고 노래도 배운다.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였지만 코로나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못하다가 곧 재개할 예정이다.  

“지역에서의 삶은 도시에 비해 힘든 부분이 없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삶에 휴식이 필요한 것처럼 한발자국 천천히 간다고 생각하면서, 여유 있게 주위도 돌아보는 삶을 살 수 있어요.

단,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전제하에, 그러면 지역에서의 삶은 도시보다 더 즐거울 수 있어요.”

구승희 단장은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는 젊은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지역에 기회가 더 많다고 조언한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가족 사물놀이패로 시작한 국악단이 세계 관객을 감동시키고, 자신들의 터전에서 국악으로 온기를 나누며 살아간다. 온누리 국악예술단은 청도의 반시처럼 말랑하고 달큼하고 부드럽게 국악의 맛을 전한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